Pastoral Epist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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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광교회 성도들을 위한 목회서신입니다. 주로 이정규 목사가 글을 쓰지만, 교회의 다른 교역자들도 다양한 글감을 가지고 소통하는 이야기를 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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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 방법에 대한 새로운 제안

이정규
2023-03-22
조회수 2422

저는 지난 2월 12일 주일 『대항문화』라는 제목의 설교를 통해 시광교회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사실 이 말은 20세기 복음주의 성공회 사제였던 존 스토트(John Stott, 1921-2011)가 그의 산상설교 강해에서 제안한 말입니다. 그는 ‘대항문화(Counter-Culture)’라는 말보다 기독교를 더 잘 표현하는 단어는 없다고 말하지요.[1]

 

문화가 표현되는 방식에는 복음이 있어야 합니다. 복음은 하나님께서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서 우리에게 조건 없이 은혜를 베풀겠다고 선언하신 기쁜 소식인데, 세상에서는 결코 들을 수 없는 소식입니다. 세상에서 우리는 주고받는데 익숙합니다. 우리는 받은 만큼만 줍니다. 그리고 준 만큼만 받지요. 아니 우리는 준 만큼 받지 못하고 받은 만큼 주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늘 억울해하지요. 세상은 인과응보(因果應報)의 원리에 따라 움직입니다. 하지만 복음은 조건없이 베푸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드러내고, 복음을 누리고 기뻐하는 사람은 그 하나님이 너무나도 아름답고 영광스럽다고 느끼기 때문에 그 하나님을 자랑하려 합니다.

 

복음을 믿는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복음을 적용하기 위해, 현재의 결혼식 문화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아 보입니다. 저는 거의 50회 가까지 주례를 했고, 그때마다 현재 우리나라의 결혼식은 너무나 의미가 빈약하고, 낭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들인 돈에 비해서는 그다지 아름답지도 않고, 기억에 남을만한 것도 아닌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다음과 같이 결혼식을 예배로 드리는 방식을 제안하려고 합니다.

 

제가 제안하는 아래의 방법은 너무나도 급진적이기 때문에, 양가 부모님과의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여러 다른 제약이 있을 경우 실행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 제안들을 여러분들이 살펴보고, 각자 형편에 맞게 조금씩 적용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결혼식 제안

 

1. 결혼식을 예배로 드립니다. 요식행위로서의 예배가 아니라, 정말 삼위 하나님을 높이고 영화롭게 하며 복음을 듣는 예배를 하는 것입니다. 이때 신랑과 신부는 결혼식을 통해서 신랑과 신부가 영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삼위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도록 준비하며 기도합니다.

 

2. 결혼식은 신앙이 없는 자신들의 친구들을 복음으로 섬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그들을 주일예배에 초대하려면 어렵겠지만, 결혼식을 초대하면 기꺼이 참석하려 할 것입니다. 그들이 잘 준비된 결혼식을 통해 복음을 들을 수 있다면, 그들을 복음으로 섬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결혼식을 준비해 봅니다.

 

a. 결혼식장이 아닌, 강당을 대관합니다. 대부분의 결혼식장은 공간을 예쁘게 꾸미느라 설교가 잘 들리도록 마이크시스템이 되어 있지 않습니다. 목소리는 울리고, 마이크 음량도 낮기 때문에 결혼식장은 그다지 예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만일 식에 참석하는 인원을 100명 안팎으로 제한하실 수 있다면, 시광교회 예배당을 사용하셔도 좋습니다. 물론 대관료는 무료입니다!

 

b. 식사는 간단한 것(도시락이나 국수)을 제공하고, 축의금을 받지 않거나, 소액만 받는다고 미리 공지합니다. 저는 최근에 5만원을 내고 식장에서 식사를 하는 것은 대단한 실례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물가가 많이 오르는 이 시대에 이건 참석하는 사람이나 준비하는 사람 모두에게 부담이 될 겁니다. 하지만 간단한 식사와 더불어 부담을 없애준다면 기쁨으로 결혼식 축하 자체에 집중할 수 있을 것입니다.

 

c. 강당 대관시간은 최소 1시간 30분 이상으로 잡습니다. 결혼식장을 1시간 대관하면 식장측에서는 실제로 50분만 사용하기를 요구합니다. 다음 타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30분 가량을 사진찍는 시간으로 배정합니다. 따라서 실제 식을 치를 시간은 20~25분만 줍니다. 그 안에는 예배뿐 아니라 입장, 행진, 축하, 양가부모님 인사를 다 포함하고 있고, 따라서 설교시간은 5~7분밖에 주지 않습니다. 이 시간 안에 복음을 전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만일 결혼식을 준비하는 여러분들이 제게 20~25분을 설교시간으로 배정해 준다면, 저는 그 시간 안에 신랑과 신부의 결혼을 축복하는 메시지를 전함과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전하겠습니다. 그리고 매 설교를 정성껏 준비하겠습니다.

 

d. 신랑과 신부는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지 않고 깨끗한 정장과 원피스를 입습니다(제안입니다 제안!! 절대 명령이 아닙니다!). 저는 이 방식으로 신랑과 신부가 자신들이 영광을 받는 것이 아닌, 삼위일체 하나님이 영광받기를 원하는 마음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일 뿐입니다.

 

e. 축가, 인사 등을 의미 있는 시간으로 꾸밉니다. 부부가 서로를 향한 결심문이나 편지를 미리 적어 와서 읽어준다든지, 아니면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 간단한 축사를 해준다든지 하는 것입니다. 축가 역시 가수를 부르기보다는 사랑하는 공동체에 축가를 부탁하고 받는 것이 더 아름다울 겁니다.

 

f. 비싼 스드메(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를 하기보다는, 사진작가 한 분을 섭외해서(교회 내에 사진작가들이 많습니다!) 촬영을 합니다. 그리고 그 사진을 받아서 평범하게 웨딩앨범을 만듭니다(훨씬 가격이 저렴할 겁니다). 이것 역시 원하지 않으면 안 해도 되고요.

 

3. 더 극단적인 제안도 하나 해보려고 합니다. 결혼식을 구로에 있는 시광교회 예배당에서 하고, 사람들은 최소한으로 초대하며(가까운 친구들), 교인들이 중심이 되고, 교회에서 모든 식사를 하는 방식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신랑과 신부가 정말 친한 친구들 10명 내외만 초대한다면 아마 ‘양가 가족들+친구들+교인들’을 합쳐서 100명안팎에서 마무리 지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교회 예배당에서 충분히 가능합니다.

 


무엇을 기대할 수 있는가

 

1. 저는 이러한 방식의 결혼식이, 참석자들에게 아주 특별한 경험을 안겨 주리라고 확신합니다. 웨딩드레스와 턱시도, 예쁜 웨딩홀 공간, 뷔페식당, 축의금, 주례 목소리가 잘 안들리는 짧은 잔소리 등은 너무나도 흔하기 때문에 별로 특별하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깨끗한 옷을 입은 경건한 신랑신부와 단출한 공간, 부담스럽지 않은 깔끔한 식사, 축의금이 없는 문화, 복음 설교 등은 너무나도 특별한 결혼식이 될 겁니다. 하객들은 좋아할 수도,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절대 평범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을 겁니다.

 

2. 신랑과 신부는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고, 자신들의 결혼을 깊이 축복하는 복음 메시지를 들을 수 있습니다. 저는 하나님께서 결혼식을 통해서도 택한 백성들에게 복음을 들려주시고 그 시간에 누군가를 구원하실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 일이 여러분의 결혼식에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3. 무엇보다 저는 하나님께서 이러한 방식의 결혼을 더 기뻐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성령님은 누구보다 예수 그리스도의 영광을 높이고 싶어 하십니다. 성부께서는 자신의 아들을 무한히 기뻐하십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그분을 높이고자 결혼식을 드리는 성도들의 헌신을 기뻐하실 것입니다.

 


예상되는 어려움들

 

1. 이러한 방식의 결혼식은 비용이 덜 들지 않을 것입니다. 현재의 결혼시스템은 스드메와 식장 전체를 연결해서 해야 가장 덜 비싸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모든 걸 따로 해야 할 때 비쌀 겁니다. 또한 더 번거로울 겁니다. 또한 축의금을 받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경제적 부담이 될겁니다. 웨딩플래너를 고용하면 모두 한 방에 해결해야 할 일들이, 이런 방식의 결혼식을 하려면 신랑과 신부가 해야 할 일이 늘겁니다.

 

2. 양가부모님과 지인들의 반대가 있을 수 있습니다. 특히 부모님이 신앙이 없으시면 더욱 그럴 겁니다. 게다가 이미 여러 곳에 뿌린 축의금이 아까울 수 있습니다. 저는 부모님과 지인들의 뜻을 억지로 거스르라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면 위에서 제가 제시한 여러 제안들 중의 일부를 수용하며 결혼식을 꾸며도 좋습니다.

 

3. 그 외에도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있을 수 있습니다. 국수를 식사로 내놓으면 식사시간이 짧아지기 때문에 인사하는 시간이 부족할 겁니다. 그러한 것들은 감수해야 할 어려움일 수도 있고, 다른 대안을 마련할 수도 있겠습니다.

 


더 위대한 결혼식을 바라보며

 

저도 이런 식으로 결혼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부부도 스드메를 했고, 예식장에서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뷔페식당에서 식사를 했습니다. 결혼은 제게 특별한 일이었지만, 사실 결혼식은 저에게 별로였지요.

 

어차피 화려한 결혼식이라 봤자 그다지 화려하지 않을 겁니다. 이 시대에 화려함으로 특별하려고 하신다면 여러분들은 돈이 많아야 합니다. 이러한 결혼식이 너무 초라해 보이나요? 사실 성경은 이 땅의 결혼식이 비유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우리에게는 더 위대한 결혼식이 남아 있습니다(계 19:7-9). 천사들은 “어린 양의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은 자들은 복이 있도다!”라고 소리지를 겁니다. 신부는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꾸며질 겁니다(계 21:2, 10-16 참조). 신랑이신 분은 신부를 보며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아 2:13)라고 노래하실 겁니다. 우리에게는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결혼식이 남아있습니다!



1. John Stott, ed., The Message of the Sermon on the Mount: Christian Counter-Culture, Revised Edition, The Bible Speaks Today (London: IVP, 2020), p.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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